더빙할 때 목소리가 캐릭터와 잘 어울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 입모양에 목소리를 잘 맞춰야 영상이 자연스럽게 보여요. 그런데 보통 원작은 다른 언어의 입모양으로 그려지기 때문에 한국어로 더빙을 입히다 보니 여간 당황스러운 게 아니랍니다🤣

심지어 같은 의미여도 번역하면 문장의 길이도 달라져요... 그래서 어떨 때는 말이 빨라지는 경우도 있고, 늘어지는 경우도 있죠. 단어를 추가하거나 빼기도 해요.

예를 들어, <메테오히어로즈> 내 "Saving Planet Earth!'라는 구호가 있는데, 한국어로 번역하면 "지구를 구해라!"로 짧아져요. 그렇게 되면 부족한 단어수를 맞추기 위해 '우리'라는 단어를 붙여서 "우리 지구를 구해라!"로 녹음을 진행했어요. 그렇다 보니, 번역작가님, 성우님들 그리고 저까지 머리를 맞대고 적절한 문장을 찾기 위해 고심한답니다.

같은 콘텐츠여도 더빙된 언어마다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요. 그래서 한국어 더빙 특유의 분위기를 잘 표현하기 위해 성우님들 캐스팅부터 아주 고심하며 진행하죠. 목소리 톤, 어투 등 많은 것을 고려하고 머릿속에서 상상에 상상을 거듭해 캐스팅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제가 고심 끝에 캐스팅한 성우님들과 녹음을 진행하고 첫 마디를 떼는 순간, 목소리가 찰떡처럼 그림과 잘 붙으면 엄청난 희열을 느낀답니다. 그럴 때마다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해 내는 기분이에요. 그 찰나의 희열이 더빙 PD가 가지는 최고의 매력이 아닌가 싶네요. 이런 더빙의 매력을 극대화시켜주는 게 성우님들의 연기력과 목소리이기 때문에, 항상 성우님들에게 감사하며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거창한 목표는 아니고, 소소하고 사적인 목표가 있어요😅

5살인 제 아이가 애니메이션을 볼 때, 가끔 숨넘어가도록 깔깔깔 웃을 때가 있더라고요. 성인인 제가 봤을 때 그 정도는 아닌데... 정말 행복해하면서 웃더라고요. 그래도 그 웃음소리 덕분에 저도 덩달아 행복해져요. 그래서 막연하고 단순하게 아이들이 많이 웃을 수 있는 작품에 참여하고 싶어요! 거기다가 즐거워하는 아이한테 '이거 엄마가 한 거야.'라고 거들먹거릴 수 있으니 일석이조가 아닐까요?🥰 

물론 지금 작업하고 있는 애니메이션처럼 웃음과 함께 착하고 교훈이 있는 내용이면 더 좋겠죠?